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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와 프리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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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목의 연애스피치]

2010년, 세계인의 축제였던 남아공 월드컵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대표팀이 16강전에서 아쉽게 우르과이에게 패했지만,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슴 졸이며 울고 웃었던 기억이기에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하다.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의 단독 돌파에 이은 골이나, 아르헨티나전에서 이청용의 회심의 만회골 등은 정말 우리 국민들을 기쁘게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전에서 본의 아니게 자살골을 넣어 졸지에 온국민의 역적(?)이 되어버린 박주영이 기억에 남는다. 비록 자살골을 넣었지만, 나아지리아전에서 보여줬던 프리킥골은 그야말로 예술이었기 때문이다. 본인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최고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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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ixabay]

축구의 많은 골 중에서 이렇게 한번에 상대방의 골문으로 들어가는 프리킥은 정말 보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 올린다. 골키퍼와 슛을 쏘는 공격자 외의 모든 이들은 정지해있어야 하는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 골을 넣었을 때의 그 영광과 찬사, 쾌감은 오로지 키커의 몫이다. 반면 이 슛을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모든 비난과 야유, 그리고 화살 역시 키커의 몫이다. 킥을 차는 모든 선수들은 골이 들어가기를 갈망하고 기도할 것이다. 다른 여타의 동작이나 다른 선수와의 협력, 유기적인 플레이는 전혀 있을 수 없다. 오직 골키퍼만을 피해서 한 동작만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것, 이것이 바로 '프리킥'이다. 이러한 축구에서의 프리킥은 연애에 있어 인연을 결정 짓는 '프로포즈'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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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ixabay]

둘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고, 만나서 무엇을 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는 프로포즈를 성공했느냐 못했느냐에 달렸다. 프로포즈에 성공하면 두 사람은 이제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남녀 사이의 벽을 허물고 많은 것들을 행복하게 공유할 수 있다. 반면 프로포즈를 실패했을 때에는 스치기만도 못한 사이가 되며, 마치 패널티킥을 실축한 국가대표 선수마냥 그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만큼이나 프로포즈 혹은 인연 만들기에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예사롭지 않다.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와 목은 뒤에서 보기에도 굳어있다.

필자에게 많은 매체와 사람들이 "어떻게 프로포즈를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해 온다. 세상에 이에 대한 절대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답이 있다고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사람들은 사이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프로포즈에 대한 시각을 조금 바꾸면, 최소한 연기 못 하는 신인배우들이 첫 영화나 드라마에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하는 것과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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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EXELS]

일단 프로포즈는 월드컵 16강전에서 차는 프리킥 찬스가 아니다. 스포츠에서의 '승부'는 결정을 보아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 승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연애에서의 '승부'라는 것은 절대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방식의 경기가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를 하듯 저돌적으로 혹은 독선적으로 무언가를 결정지으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상대방에게 부담과 불필요한 긴장감을 주는 '될 일도 안 되게 하는 지금길'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에서의 프로포즈는 승부는 결정짓는 하나의 순간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나의 좋은 마음을 잘 전달하여 내 편으로 만드는 '설득의 작업'이다. 이러한 설득은 실패하더라도 되도록이면 상대방과의 사이에서 잃을 것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프로포즈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부담을 최소화'해주는 릴렉스의 작업이 아닐까 한다. "사랑합니다. 제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바다에 몸을 던지겠습니다"라는 쌍팔년도식의 프로포즈는 상대방에게 있던 정도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사랑합니다. 혹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저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식으로 결정에 대한 상대의 시간적, 정신적 압박을 최대한 유보시키는 대화 기술이야말로 프로포즈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