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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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작대기는 가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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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랑의 스튜디오'를 기억하세요? 사랑의 작대기로 커플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실제론 방송에서 커플이 된 사람보다 뒷자리 방청객석에 앉아 커플이 된 사람이 더 많다고 하네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이어주려고 노력한 사람보다 우연히 인연을 찾은 저희 커플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저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귀던 사람과 헤어져 한참 마음이 심난했었죠.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에도 마음이 닫혀있던 상태였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보기 싫었는지 친구들은 한 여름 밤 시원한 맥주파티에 저를 끌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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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ixabay]

한강이 보이는 곳에서 열린 맥주파티는 그야말로 최고였습니다. 풀벌레 우는 소리와 시원한 바람, 게다가 신나보이는 사람들까지. 제 몸과 마음도 시원해지는 기분이더군요. 그와중에 묘한 기류를 보이는 남녀 커플이 탄생해 주변 사람들과 짝짝꿍하며 그들을 밀어주기에 이르렀지요.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정말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처럼 유치하게 그들을 밀어주려고 노력했어요. 옆에 계신 처음 본 여성분과 그들을 놀리기도 하고 달달한 분위기에 괜히 온 몸을 꼬아보기도 했죠. 덕분에 옆에 계신 여성분과도 부쩍 가까워졌습니다. 

그 날 그렇게 놀았던 무리 전체가 정말 가까워졌습니다. 첫 커플 탄생을 필두로 저희는 한달에 한두번은 모여 술자리를 가졌지요. 맥주파티 당일 저와 짝짝꿍 하며 주변 사람들 놀리기에 주력했던 그녀랑 저는 술자리마다 정말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저희의 놀림에 몇 커플이나 탄생했는지 모릅니다. 개그 코드도 정말 잘 맞고 분위기를 휩쓰는 것도 비슷했어요. 그녀와 함께 있으면 저도 기운을 얻어 더 신나게, 재미있게 논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그녀도 본업이 있었기에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구할 일이 많아지며 잦은 야근에 시달리게 되었고, 그녀는 승무원이었기에 비행 날짜와 모임날짜를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간간이 톡 정도만 할 뿐 좀처럼 얼굴 보기가 어려웠죠. 

점점 잘 맞는 그녀가 보고싶더군요. 용기를 내 먼저 연락했고 잦은 톡이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 또한 결혼까지 약속했던 남자와 헤어져 힘든 시간을 보냈고, 우연히 친구들과 맥주파티에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저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게 되자 저희는 순식간에 가까워졌습니다. 사실 저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승무원에 대한 작은 편견이 있었어요. 승무원이라는 존재가 가까이 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제 스스로 만들어 낸 편견이었겠죠.

그녀도 지금까지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만 만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저는 다른 종교도 아니고 종교 자체를 믿지 않는 무교라 난항이 예상되었죠. 하지만 저와 그녀는 믿음에 대해 서로 강요도 터치도 하지 않기로 암묵적인 동의를 했고, 그 어떤 장벽 없이 사랑을 싹틔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그 날, 그 장소에 있지 않았다면 영영 만날 수 없던 인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또 같은 장소에서 그렇게 유치하게 놀지 않았더라면 스쳐지나간 인연이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희는 운명의 반쪽을 서로 발견해냈고, 행복할 미래를 같이 약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초여름 밤 분위가 고즈넉이 느껴질 6월 초저녁, 파티같은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을 인생의 반쪽 그녀와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 보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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