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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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에세이

뒤풀이에서 만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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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를 보고, 모임의 꽃이라고 부르는 거 아시나요? 그 날이 되기 전까진 뒤풀이는 시간 낭비에 에너지 낭비를 더한 그저 그런 자리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뒤풀이로 가까워진 덕에 제 인생의 꽃을 찾게 되었는데요.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자랑하고픈 제 이야기 들어주실래요?

회사 생활 5년 차, 고리타분한 일상생활이 반복되며 점점 지쳐가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새로운 일은 없을까 생각하던 찰나, 마음의 양식이 메말랐단 생각이 들더군요. 혼자 책을 읽는 건 아무래도 어려워 매주 수요일 동네 카페에서 열린다는 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독서모임치고 나이대가 다들 비슷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책도 재미있는 것들을 선정하고, 나오는 이야기가 공감가는 것이 많더군요. 업무로 바쁠 때를 빼곤 꽤 착실하게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독서 모임 특성상 자기 이야기도 곁들어 하다보니 서로 많이 가까워지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그저 '같은 모임'사람일 뿐인데 더 가까워진다는 건 조금 불편하더군요. 모임을 마치면 대부분 남아 술한잔 정도 더 하고 가던데, 저는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은 언니, 오빠, 누나, 형, 동생 하며 친해졌던데 저한테는 다들 '00씨~'라고 부르는 건 그때문이었겠죠?

사실 그게 잘못됐단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모임에만 충실하면 됐지, 더 남아 서로 사생활을 공유하며 으쌰으쌰 하는 게 꼴불견이었거든요. 물론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뒤풀이에 참석하지 않는 건 잘못이 아닙니다. 자유죠. 하지만 자유를 빌미로 저는 깊은 관계를 피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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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ixabay]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던 어느 날이었죠. 모르는 연락처로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나타나 모임 사람들에게 언제나 작은 선물을 챙겨주고 뒤풀이는 꼭 참석하던 여성분이시더군요. 무슨일로 연락했냐는 물음에, 이번 주 모임엔 올거냐고 물어보던 그녀. 이번 주 모임에 자신이 해외에서 사온 술로 오랜만에 모임 대신 파티를 할까 하는데, 평소 뒤풀이를 싫어해 참석 여부를 묻는다고 하더군요. 책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답장을 보내니, 뒤풀이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시시한 이야기만 하진 않는다고, 다들 저에 대해서도 알고싶어한다던 조심스러운 답변이 오더라고요. 이건 웬 오지랖인가 싶었지만, 어차피 비워 둔 시간이니 참석해볼까 싶었습니다. 

모임 당일, 조용하고 침착하던 평소와는 다르게 골목 어귀부터 떠들썩한 분위기가 가득한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환하게 반기는 모임 사람들 얼굴을 보니 멋쩍던 기분도 금방 들뜨더라고요. 시끌벅적한 분위기라 모임 사람들과도 평소보다 더 터놓고 이야기 하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제게 연락을 준, 모임에 가끔씩만 참석하던 그녀는 승무원이더군요. 해외 비행을 다녀올 때마다 선물을 사왔고, 이번엔 모임 사람들을 위해 맛있는 술을 사와 덕분에 파티를 연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를 보곤 반갑게 달려와 안오는 줄 알았다, 와서 고맙다고 싱긋 웃던 그녀의 모습이 확 와닿았다고 하면 전 '금사빠'일까요? 

그녀 덕분(?)에 모임 사람들하고 한결 가까워졌고, 이후 모임이 끝나고 종종 뒤풀이에도 참석해 새로운 인연을 쌓게 되었습니다. 적극적이고 밝은 그녀가 점점 눈에 밟히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제가 참 많이 연락도 하고 들이대기도 했습니다. 고지식했던 제게 새 세상을 밝혀준 그녀! 

모임 이외에도 자주 만나 데이트를 했고, 한국에 들어올 땐 나랑 있어달라는 당돌한(?) 제 고백에 저희는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돌아오는 5월 결혼식을 하기로 했는데요. 저희 웨딩 사진엔 이제는 한 가족과 같아진 저희 독서모임 사람들과 함께 한 사진도 포함되었답니다~

뒤풀이 자리, 그리 시간낭비도 아니랍니다. 제 인생의 꽃을 발견한 소중한 시간이었는걸요~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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