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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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에세이

미녀와 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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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의 만남에서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죠!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여성분들이 좋아한다는 얄쌍하고 예쁘게 생긴 남성들과는 정 반대로 제 외모는 크고, 우락부락하고, 검은 그냥 평범한 남자입니다.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나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다가도, 집 밖을 나서면 '나같은 오징어는 나가죽어야지' 싶고 그렇더라고요.

그렇게 외모에 자존감이 떨어지니 웃음도 줄어들고, 덩치에 안맞게 소심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어린 시절 서로 못생긴 외모로 놀리며 놀았던 친구들도 직장을 가지니 다들 멀끔해지더군요. 저도 나름 꾸며도 봤지만 시커먼 도적 같이 생긴 외모는 옷과 액세서리로도 가려지지가 않았습니다. 학교도 남중, 남고, 공대 나왔으니 여자친구는 커녕 여자 사람 친구도 없었으니까 여성분들 만나기는 당연히 어려웠고요. 

그러다보니 집-회사-운동이 제 하루 일과가 되었고, 가끔씩 친구 녀석들과 가벼운 술자리가 낙이 되었죠. 하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소개팅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더라고요. 무슨 소개팅이냐 여성분이 날 보고 도망간다고 손사레를 쳤더니 모인 친구들이 합심이라도 한 듯 분위기를 우~ 몰아가는 게 아니겠어요? 주선을 제안한 친구는 바로 그 자리에서 여성분께 소개팅 제의를 했고, 남자애들 몇명의 손길에 이미 만나기로 한 날짜까지 정해져버린 겁니다. 

한 친구는 제 핸드폰을 가져가 사진첩을 쓱쓱 보더니만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사진이 다 이게 뭐냐, 50대 아저씨마냥 셀카 한번 찍는것좀 보소!" 외친 후 절 요리조리 만지더니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사진까지 그녀에게 전송 된 후더라고요.

친구들의 응원 아닌 응원에 만나기로 한 날짜가 다가왔고, 근심과 걱정을 한아름 안은 채 소개팅 장소에 나갔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 흐르던지요. 일어서서 나갈까 그냥 앉아있을까를 수십, 수백번 고민했고, 그녀가 절 보자마자 제 외모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면 어쩌나 고민했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나중엔 식은땀도 나더라고요. 허겁지겁 땀을 닦고 마음 속으로 '괜찮을거야'를 백번 쯤 외쳤을 때, 한 여성분이 다가와 책상을 콩콩 치며 제 이름을 부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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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Unsplash]

길고 굽슬거리는 머리에 정말 환한 미소를 가진 여성분이었습니다. 그녀에게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제 존재가 더 초라해지는 것만 같았어요. 원래도 저는 못생겼지만, 그녀는 정말! 예뻤거든요.

얼마나 떨었는지 몰라요. 의자도 빼줬는지, 주문은 제대로 한건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녀 눈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어서 그녀 입만 바라봤고, 그때문인지 그녀의 환한 입매만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데이트를 마치고 그분의 집 근처까지 데려다드렸습니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에 또 만날거죠?'말하고 뒤돌아 총총 걸어가던 그녀의 모습이 현실이라고 믿기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친구들과의 카톡방은 물론 전화기에 불이 나기 시작했어요. 주선을 제안한 친구와 가장 먼저 연락이 닿았는데, 그 친구 왈 "야!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왜 우리한텐 그런 모습 안보여줬어!! 그 여자분이 너 정말 마음에 든대! 유머도 있고 매너도 좋다면서 정말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서 고맙다더라!! 야 이제 너 인생에도 꽃필 날만 남았구나!!"

이게 무슨소린가 싶었는데, 조금 있으니 여성분이 메시지를 보내시더라고요. 왜 연락이 없으시냐고, 혹시 자기가 마음에 안들었냐고 하시는데, 아이코 정말 허겁지겁 문자를 보냈더랬습니다. 

제가 전생에 분명 나라를 구한 사람인게 분명합니다. 그녀는 제게 부드럽고, 온화하며, 매력있고, 가치관이 자신과 닮았다며 먼저 고백을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죠. 그녀에 비해 제가 참 부족한게 많게 느껴졌고, 처음 만나는 여자라 매 순간 불안하기도 했는데, 그녀는 늘 환한 웃음으로 제 자존감을 드높여줬습니다. 

그녀가 없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순간엔, 제 평생 제 자신도 가장 사랑하게 된 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충분히 멋진 놈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뜨겁고 열렬한 연애 끝에, 프로포즈만큼은 제가 먼저 용기있게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신부를 얻게 된거죠. 

겉모습만 봐서는 정말 현실판 '미녀와 야수'인 저희 커플이지만, 저는 누구보다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할거고, 겉모습이 아닌 따뜻한 내면을 먼저 바라봐준 그녀이기에 저희는 백년 만년 행복하게 살겁니다. 

저희!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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