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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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에세이

1:1 만남이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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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1:1 만남이 저처럼 어려우신 분들 있으신가요? 남녀불문 1:1로 있으면 어찌나 어렵고 불편한지, 할 말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할 것 만 같은 압박에 시달립니다. 여럿이 있을 땐 무리 중 1인 역할만 하면 되는데, 1:1 만남에선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죠. 어릴 땐 그냥 1:1 만남이 어색하다 정도였는데, 나이를 먹을 수록 그만큼 제게 돌아오는 책임이 커져서인지 단 둘이 만나려 치면 숨이 가빠오고, 눈 앞이 노래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심리적인 문제인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게 제 맘대로 컨트롤이 안되는걸요... 대학시절에 함께 다니던 무리에서 몇 명의 여자 친구들이 제게 호감을 표현한 적도 있지만, 단둘이 만나는 게 어려워 모두 실패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땐 말도 재밌게 잘 나오고, 분위기도 잘 이끌어 갈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결국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고 예전처럼 숨이 가쁘고, 눈 앞이 노래지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 둘이 있을 땐 할 말이 잘 생각나지 않았고, 아무래도 둘만 있는건 계속 기피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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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ixabay]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저는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뭐든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맡은 임무를 착실히 해왔습니다. 직장동료들과도 유쾌한 시간을 보냈죠. 얼마 지나고 제게도 후임이 생겼습니다. 참 생기발랄하고 환한 후임이었어요. 늘 생글생글 웃고 있어 윗 상사 분들도 그녀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습니다. 팀 분위기도 그녀로 인해 참 많이 바뀌었어요. 

하루는 그녀가 메신저로 같이 저녁 먹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그동안 업무 가르쳐 준 것에 대한 보답 겸 선배에게 밥을 사드리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지만, 전 거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업무 적으로 단 둘이 회의 하는 건 어느 정도 괜찮아 졌지만, 업무 외 이야기를 하기엔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 뒤로도 그녀는 몇 번이나 제게 저녁 제안을 해왔지만, 저는 매번 거절을 했습니다. 거절이 계속되자 그녀는 제게 찾아와 자기가 싫냐고 물어왔습니다. 처음엔 그런게 아니라는 말로 그녀를 돌려보냈지만, 영문도 모르는 그녀에게 계속 거절만 하기도 그렇더라고요. 

그녀를 직접 만나는 건 용기가 없고, 결국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제 상태를 설명하긴 처음이었어요. 그 당시엔 '미안하니까 해명해야지'란 생각으로 그 메일을 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에게 호감이 있고 오해를 풀고 싶으니 그렇게 설명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메일 내용이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는 단 둘이 있는 것에 익숙치 않고 불편하다,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정말 내 마음의 문제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구구절절 제 아픈 이야기까지 꺼내 메일에 썼습니다. 

그녀는 메일을 분명 읽었지만 한동안 답이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외엔 제게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분명 문제있는 내게 실망했을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팀원들이 다같이 점심먹고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그녀가 제 등을 톡톡 치더군요. 돌아보니 이렇게 여럿이 함께 있을 땐 괜찮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오던 그녀. 용기를 내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고,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그녀의 조심스러운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덜 힘들어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항상 고민하던 그녀. 그녀 덕분에 사람이 엄청 많은 곳도 가보고, 아주 조용한 곳도 가봤습니다. 억지로 할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마음도 한결 편해지더군요. 더블 데이트도 하고, 단 둘이 있는 시간도 점점 편해졌습니다. 저는 평생 연애도 못해볼 줄 알았는데, 그녀 덕분에 데이트를 경험할 수 있게 된거죠. 

이제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도 1:1 미팅을 할 수 있습니다. 둘이 있을 땐 여럿이 있을 때 만큼 말을 청산유수로 할 수 없긴 하지만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니 그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녀는 제 인생의 은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그녀와 얼마 전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조만간 같은 팀원들에게 저희 결혼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겁이 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와 함께 할 앞으로 날들이 제게 힘이 됩니다! 앞으로 평생 그녀에게 보답하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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