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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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에세이

세상에 둘도 없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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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는 서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친구인 줄 알았지만 어느 순간 사랑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수 많은 노래 속 가사가 되기도,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 만큼은 남녀 사이 친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겐 그런 이성 친구가 있었으니까요. 

그녀와 저는 대학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그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성별은 달라도 유쾌하고 재미있어 따르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모습이 딱 1년 전 제 모습 같았어요. 그래서인지 그 아이에게 유난히도 눈길도 많이 가고 친해지고 싶단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주위 선후배 동기들 모두 저와 그녀가 참 많이도 닮았다고들 했습니다. 

저희는 자연스럽게 점점 가까워졌는데요. 이성적으로가 아니라 진짜 소울메이트 같았어요. 어찌나 죽이 잘 맞는지 제가 '쿵'하면 그 친구는 '짝'을 외치는 지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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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ixabay]

제가 1년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이름을 불렀고 작고 사소한 문제들도 서로에게 상의했죠. 서로에게 애인이 생겼을 때도 가장 먼저 축하해줬고요, 헤어졌을 땐 밤새 술잔을 기울여주기도 했습니다. 

군대에 갔을 땐, 훈련병 시절 3분의 짧은 통화 시간을 얻게 되었을 때 부모님보다도 그 친구한테 가장 먼저 전화를 할 정도였어요. 물론 정말 편한 사이였기 때문에 애절한 통화가 아닌, 다음 통화 시간과 배치될 부대, 필요 물품 등을 전하는 거였지만. 그 친구였기 때문에 부담없이 전화를 걸을 수 있었죠. 

첫 면회 역시 그 친구가 저희 부모님과 동기들을 긁어 모아 데려와서 면회실이 시끌벅적 할 지경이었습니다. 그 친구가 1년 간 단기 유학을 다녀오던 날도 공항에 제가 나가 기다렸어요. 

서로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 했고, 가장 힘든 순간도 함께 했습니다. 저=그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다른 친구들은 저희 둘을 보고 "잃어버린 쌍둥이"가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했어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 시절을 보내고 둘 다 번듯한 직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서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상사 흉을 볼때도 서로가 필요했고,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면 산으로 들로 바다로 여행을 떠났죠. 

서로 직장에서도 저희를 알 정도였습니다. 다들 저희한테 그렇게 놀지만 말고 진지하게 교제 해보라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저희는 한결같이 "우리는 친구"라고 외쳤어요.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둘 다 20대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를 장식했고, 저는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그녀와 보내고 있었죠. 둘 다 연말 분위기에 무르익어서 그런진 몰라도 이야기를 하다 그 친구가 자연스럽게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상대가 너여도 나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순간은 둘다 깔깔 웃으며 넘어갔지만, 문득 이 친구만한 이성을 만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위기 탓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 그녀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온 몸을 타고 흐르며 순식간에 그녀를 꽉 끌어 안았어요. 

매일 '언제쯤 서로의 반쪽을 만날 수 있을까'만 외치며 서로를 제외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10년 가까이 서로 주변만 맴맴 돌던 저희가 "너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에 비로소 서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그렇게 1년 간 강렬한 연애 끝, 저희는 12월 결혼을 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세상에서 둘도 없던 친구로, 올 크리스마스는 세상에 둘도 없는 부부로 지내게 되겠죠. 서로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만큼 항상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알콩달콩 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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