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답하다'

Campus Library

러브 에세이

하늘에서 만난 운명

리스트
02.jpg

저는 승무원입니다. 늘 기내에서 승객들에게 안전과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죠. 승객들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타는데요, 보통은 도착지까지 무난하게 가는 편이지만 가끔은 저희를 힘들게 하시는 승객들이 계십니다. 그날도 그랬지요. 10시간을 가야하는 장거리 비행인데, 기내식 투정부터 시작해 이래저래 불호령을 내리셔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승객이기에 승무원들끼리 화한번 내지 않고 편하게 모시기 위해 노력했더랬죠. 

장시간 비행은 승객들도 지치겠지만 승무원들도 꽤 큰 체력을 요합니다. 몸도 지치고 힘든 와중에 그 승객의 투정은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건장한 승객분이 그 문제의 승객에게 다가가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심각해보여 저희 승무원은 물론 주변 승객들도 약간 긴장 상태였는데요, 잠시 후 두 분이 하하 웃으며 악수를 하고 각자 자리에 앉더라고요. 시간이 좀 지나고 문제의 승객분께 다가가 어디 불편하신 데 없으신지 여쭈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저기 앞에 젊은 친구가 내 행동이 지나치게 느껴졌나봐요. 내 행동이 불쾌했다면 사과하겠소"였답니다. 어떤 말로 해결된 건지 몹시 궁금했지만 더이상 묻지 못했더랬습니다. 

photo-1416431168657-a6c4184348ab.jpg
[사진출처: pixabay]

몇 마디 말로 문제의 승객분을 달래는 것도 부족해, 사과까지 하게 만든 승객 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그 때 기억도 점점 가물가물 해지던 무렵, 뉴욕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들어오는 승객들을 맞이하는데 익숙한 얼굴이 쓰윽 들어오시더라고요. 네, 그때 그 호감을 주신 승객 이셨어요. 괜히 반가운 마음에 그분의 짐도 들어 드리고, 서비스 제공도 조금 더 과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랬더니 그 승객 분께서 "어디선가 뵀던 분인데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좀 오버했나 싶어 부끄러웠지만 염치 불구하고 지난번 런던행 비행기 승무원이었노라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니 잠시 고민하신 듯 보였지만 곧 아~ 하고 외치시더라고요. 그 날 비행이 어찌나 들뜨던지요. 힘이 드는 줄도 모르고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그 분이 계속 눈에 들어오고 좋았지만, 이미 결혼을 하셨을지도 모르고 여자가 먼저 들이대거나 하면 별로일거란 생각에 꾹꾹 눌러 참았습니다. 그 분이 비행기에서 내리실 땐 어찌나 아쉽던지요. 하지만 환한 미소와 함께 짧은 목인사를 하고 가시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누르고 또 눌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습니다. 하루는 오랜 시간 솔로였던 저를 측은히 여기던 친구가 소개팅 제안을 해왔습니다. 다만 그 남성분이 저처럼 출장이 잦은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소개받는 일이 조금 불편해 좋아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의 소개 제의이기도 했고, 친한 친구가 소개해주는 사람이라고 하니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 나가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제 어깨를 톡톡 치더라고요. 
"OOO 님?"
이란 소리에 고개를 돌렸는데! 제 기억은 물론 마음까지 흔드셨던 그 승객분이 서계신게 아니겠어요?

'헉' 소리가 절로 나왔고, 곧 그 분도 절 알아보시더라고요. 만나는 내내 그 때 추억을 회상하며 시간가는 줄 몰랐었고요, 염치 불구 먼저 에프터 신청도 했답니다! 

당연히 지금 저희는 깊고 깊은 사랑을 하고 있고요~ 얼마 전엔 상견례도 마쳤답니다.

내년 봄 햇살이 따스하고 꽃과 나무가 피어날 때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언젠간 꼭 만날 운명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영화 속 이야기 같은 저희의 운명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04.jpg